번지다

그 후에

대관령 바람소리 2014. 6. 6. 12:09

 

 

 

대접만한 모란이 소리없이 피어나

순한 짐승의 눈처럼 꽃술 몇 번 껌뻑이다가

떨어져 누운 날

언젠가도 꼭 이날 같았단 생각한다 해도

그게 언제인지 무언인지 모르겠고

 

길모퉁이 무너지며 너 맞닥뜨린다 해도

쏟아뜨린 것 주워 담을 수 없어

도저히 돌이킬 수 없어

매일이 그렇듯이 그날도 껌뻑거리다

주머니 뒤적거리다 그냥 자리를 떠났듯이

 

느닷없이 너 마주친다 해도

그게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

물건을 고르고

지갑 열고 계산을 치르듯

잊은게 없나 주머니 뒤적거리다

그곳을 떠나듯